상설전ㅣ푸투라 서울 소장품전

1층 야외

우고 론디노네 (스위스, b. 1964)

sunrise. east. january

Cast bronze with silver auto paint and concrete plinth
190 x 120 x 110 cm

AP 1, Edition of 1 + 2 APs

2005

         우고 론디노네의 sunrise. east. 시리즈는 시간의 순환이라는 핵심적이고도 단순한 개념을 탐구한다. 이 2미터 높이의 거대한 은색 알루미늄 두상 조각은 의식용 가면, 유령, 만화, 이모티콘 등 다양한 시각 언어를 연상시키며, 다채로운 표정을 통해 기쁨과 역경 등 인간 내면 감정을 은유한다. sunrise. east. january부터 sunrise. east. december까지 명명되어 한 해의 열두 달 각각을 대표하는 조각들은 관객이 작품을 통해 한 해 동안의 다양한 감정을 되새길 수 있게 한다.

        가면은 론디노네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티프이며, sunrise. east. 시리즈는 원시 문화의 토템을 연상시키고, 열 두 점이 모두 모였을 때는 원형 유적 스톤헨지를 떠올리게 한다. 신화와 일상적인 순간을 연결하는 그의 독특한 접근 방식은 이 시리즈에서도 빛을 발하며, 그는 점토와 캐스팅 같은 고전적인 재료와 기법을 활용하여 과거의 문화사와 미술사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독특하고 명상적인 시각 언어를 제시한다. 론디노네는 나아가 인위적임과 자연스러움, 문화와 사회, 영원과 무상함 사이의 대화를 창출하여 삶과 예술을 탐구한다.

1층

백남준 (한국, 1932 - 2006)


Flicker

Mixed media

185 (H) x 109 x 46 cm

Executed in 1996

           백남준의 Flicker는 1960년대에 시작된 그의 실험적 미디어 아트 작품 중 하나로, 빛과 전자기기, 신체적 감각을 결합하여 새로운 시청각 경험을 창출하는 작업이다. 이 작품은 플리커 효과라고 불리는, 빛의 주기적인 깜박임을 이용해 관람객의 시각과 인식을 자극한다.

백남준이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탐구하며 만들어진 대표적인 작품으로, 당시 아날로그 텔레비전과 조명 장치를 활용하여 빛의 깜박임을 통해 관람객이 시각적 착시나 심리적 반응을 느끼도록 유도했다. 플리커 효과는 일정 주파수의 빛의 깜박임을 통해 뇌파와 상호작용하게 만들어, 관람자가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 작품은 미디어 기술을 예술적 도구로서 활용하고, 기술적 장치가 단순히 정보 전달을 넘어 감각과 의식을 자극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도이다.

1.5층 후원

이우환 (한국, b. 1936)

Dialogue


Oil on canvas
162 x 130 cm
2020

          이우환의 Dialogue 시리즈는 그의 예술적 특징을 잘 반영한 작품군으로, 여백과 상호작용을 통해 관람자와 작품 간의 깊은 소통을 유도한다. 작품은 여백과 공간의 활용을 통해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를 드러내며, 넓은 여백 속에서 붓 자국이 강조된다. 단순함 속의 깊이를 표현하는 간결한 붓질과 점들은 반복적이지만, 각 선과 점에 축적된 에너지와 긴장감을 통해 깊은 철학적 의미를 전달한다.

          또한, 자연과의 조화가 느껴지는 유기적인 붓질과 시간과 반복의 요소를 반영한 점진적인 축적 과정은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을 작품에 담아낸다. 이러한 점들을 통해 관람자는 시간과 존재에 대한 명상적 사유를 경험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와 상호작용의 개념으로, Dialogue 시리즈는 관람자와 작품 사이에 응시와 반응이 오가는 대화의 장을 형성한다. 이는 관람자가 작품과 함께 참여하고 교감하는 경험을 제공하며,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인간과 자연, 시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관람자에게 명상적이고 사색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3층

리차드 터틀 (미국, b. 1941)


Fluidity

WORK ON PAPER
screenprint printed on recto and verso with colored enamel and water-based inks on handmade paper in a white printed wooden frame; in a Foamcore box with cloth taping including wall-mounting hardware; issued with colophon on top and with packing foam attached to deckle

38.1 × 38.7 × 5.4 cm

Edition AP 6 of 11(Edition of 30 + 4 Printer’s Proofs, 11 Artist Proofs, 1 Bon À Tirer)

2008

         리처드 터틀은 미국의 현대 미술가로,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섬세하고 간결한 형태를 이용해 공간과 재료의 관계를 탐구하며,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을 많이 제작했다. 터틀의 작품은 종종 캔버스, 천, 종이, 나무 등 일상적인 재료를 사용해 만들어지며, 그 속에서 재료 자체의 특성과 정교한 미학을 강조한다.

          그의 예술은 일반적으로 크기나 규모 면에서 소박하고 간결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적 울림과 철학적 깊이는 상당하다. 터틀은 시각적인 단순함과 재료의 불완전성을 통해 형태의 아름다움과 공간에서의 존재감을 탐구하며, 이를 통해 관람자와 감각적인 교감을 시도한다. 그의 작품은 대개 손수 제작된 느낌을 주며, 정밀한 설치와 배치를 통해 공간의 맥락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형태, 색, 선을 통해 보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작업하며, 관람자로 하여금 그들 스스로 작품과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참여하게 한다. 전통적인 미술의 규칙을 따르기보다는 미학의 경계를 실험하고 소박한 재료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는 데 중점을 둔 작가로 소소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알렉스 카츠 (미국, b. 1927)


Vivien x 5


Silkscreen

106.6 x 243.8 cm

edition of 14/60

2018

        Vivien x 5는 알렉스 카츠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그의 독특한 포트레이트 스타일과 미니멀한 미학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은 같은 인물인 비비엔(Vivien)을 다섯 번 반복하여 그린 작품으로, 각기 다른 순간의 표정을 담고 있다. 이 작품에서 알렉스 카츠는 반복적인 인물의 배열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시선의 변화를 시각화한다. 작품은 마치 스냅사진을 연속해서 배열한 것처럼 평면적인 형태와 밝고 선명한 색감을 사용해 모델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한다. 이러한 배열은 인물이 가진 여러 측면을 강조하며, 마치 관람자가 한 사람의 여러 모습들을 동시에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알렉스 카츠의 작품은 특징적으로 단순화된 형태와 명료한 색상으로 인물을 묘사하는데, 이는 그의 팝아트적 요소와도 연결된다. Vivien x 5도 그러한 스타일의 연장선으로, 불필요한 세부 묘사를 배제하고 순수한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관람자에게 인물의 생동감과 존재감을 전달하고자 한다. 또한, 카츠는 인물의 시선을 통해 관람자와의 교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 작품 역시 모델의 시선을 여러 방향으로 배치하여 관람자와 심리적 상호작용을 유도한다.

김택상 (한국, b. 1958)


Breathing light-Red in red-23-1

water, acrylic on canvas

182.5 × 123.5 cm

2023

         한국 포스트 단색화의 주요 작가로 주목받는 김택상의 작품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환경을 구축한다. 김택상의 숨빛(Breathing Light) 연작은 물의 반사적 요소와 그에 따른 빛의 특성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김택상의 반투명한 회화 작업은 회화의 전통적 요소인 형식, 묘사, 서사 대신 여러 계조(階調)의 색으로 평면을 가득 채운다. 작가는 그의 작업을 고도의 의도성과 일회적인 우연성에 기반한 물, 빛, 시간 등의 자연 요소로 축조한 공간적 구조로 인식한다. 즉, 김택상의 작업은 우연성과 의도성 간의 긴장을 모방 및 창조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아크릴 안료를 풀어 녹인 용액을 캔버스 천 위에 가득 붓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석된 입자가 캔버스 표면 위로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색을 흡수한 캔버스에 하나의 색층이 쌓이면 그는 남은 물을 빼내어 캔버스를 건조시킨다. 작가는 캔버스 표면이 ‘빛이 숨쉬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같은 과정을 수십 수백 번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덧대어지는 여러 겹의 층위는 서로를 드러내는 동시에 희미해진다. 김택상은 작업에 관여하지만 캔버스 위에서 자연의 작용 과정이 이끄는 여러 가능성 또한 열어둔다. Breathing light-Red in red-23-1(2023)에서 붉은 색조의 밀도 높은 층들은 평면에 질감과 촉각성을 부여한다. 화면 가장자리의 미묘한 색의 변화는 안료를 머금은 물의 잔잔한 흐름을 연상시키고 작품에 생동하는 기운과 깊이감을 더한다.

켄건민 (한국, b. 1976)

2022-1988

Oil, Korean pigment, silk embroidery thread, beads, crystals

203.2 × 162.6 cm

2023

         켄건민은 강렬하고 생동감 넘치는 회화로 비애와 환희, 그리움을 시적으로 풀어낸다. 서울에서 태어나 샌프란시스코, 취리히, 베를린, 로스앤젤레스에서 작업 활동을 이어온 작가는 이민자로서의 경험과 다문화적 관점을 자양분 삼아 수면 아래 간과되고 소외된 주제에 천착해 왔다. 그는 상대적으로 주목하지 않은 역사적 내러티브를 성경 및 고대 신화 이미지와 결합하고, 유화를 한국 전통 안료 및 자수와 섞어 교차 문화적 풍경을 화면 위에 직조한다. 이번 전시작에서 작가는 1980 년대 후반 경험한 개인의 유년기 경험을 다루면서도 이를 문화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환상적 이미지로 풀어낸다.

                   

         2022-1988은 호랑이와 관련해 발생한 1988년과 2022년의 두 일화를 통해 개인과 사회적 관계에 대해 말한다. 1988년 무더운 여름 작가는 서울올림픽 개폐막식 행사를 위한 매스게임 훈련에 동원되었다. 개발도상국으로서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는 어른들의 선전에 문제의식을 가질 틈도 없이 미성년자 교육권과 자유권을 박탈당했다.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 ‘호돌이’가 어린 작가에게는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미지로 얼룩지게 되었다. 2022년의 일화는 로스앤젤레스 로스펠리스의 고급주택가를 떠돌아 다니던 P-22 의 죽음과 관련된다. 시민들은 산에서 내려와 도시의 전설이 야생 동물을 극진히 보살펴 주었고 이후 그의 죽음은 동물인권부터 도시계획 등의 담론을 낳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의 일화로 어린시절의 불편한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된 작가는 호랑이의 배를 열고 보석과 자수를 이용해 자신 안에 있던 이야기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필립 파레노 설치 예정입니다.

필립 파레노 (알제리 출생 - 프랑스 파리 거주, b. 1964)

Marquee Studio 01

Opalescent Plexiglass, 106 lightbulbs, 9 neons, satin trellis, satin brain box

100.1 x 130 x 70.1 cm
2022

            필립 파레노의 차양(Marquees) 시리즈는 극장 입구의 화려한 불빛 차양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황금기를 맞이했던 20세기 초중반 미국에서 특히 유행했던 차양은 상영 작품의 제목과 출연 배우의 이름을 알리는 광고판 역할을 했다. 그러나 파레노의 차양은 모든 문구가 삭제된 채 껍데기만 남아 있으며, 점멸하는 눈부신 할로겐 조명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파레노에게 차양은 전시 공간에 개입하여 사건(event)의 가능성을 도입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 작품은 영화 상영을 광고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영화의 존재를 암시하며, 전시 공간을 할리우드나 브로드웨이 풍경의 유적처럼 변모시킨다. 지표, 라벨 또는 명명 장치로 변화한 이 작품은 전시 맥락과 관객의 상상력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획득하며, 불빛 너머의 공간과 시간을 사유하도록 유도한다.